[Star Sign] 기타 번역/SS

[SS/TEAM02] 『이거 이제 질린다』

HOUND ROAR MOTHER 2024. 5. 29. 16:24

『이거 이제 질린다』

TEAM02

출처 : https://x.com/starsign_ml/status/1745341971970076764

 


 

1

「이거 이제 질린다」

 3일 연휴도 슬슬 끝나갈 쯔음, 식당에서 면을 후루룩 거리 하루가 우는 소리를 냈다. 
(실수했네. 좀 더 요리 스킬을 향상시켜둘걸 그랬어)
 연말부터 계속, 세끼를 컵라면으로 떼우고있다. 
 
 시작할 땐 편의점 선반을 제패하자며 벼르고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이런 상황이 될거라건 상상 못했는걸)
 연말연시, 기숙사에 아무도 없다니.

「있지. 너희들, 연말 언제쯤부터 본가 갈거야?」

 연말의 기백이 짙어지기 시작한 어느 날, 나치의 말에 흠칫했다.
(본가에!?)
 깜빡 잊고 있었다. 평범한 일반가정은, 가족단위로 모여서 새해를 보낸다는 것을.

「......기숙사는, 연말연시에는 닫아둔다고 했던가요?」

 있는 힘껏, 가진 연기력을 한계까지 끌어냈다 (일 할 때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딱히 별 소리 못 들었는데」
「마지막에 가는 사람이 제대로 문단속 하고 가면 되는거 아닌가요? 나치상 본가는 어디에요?」
「요근처. 유즈랑 쌍둥이는?」

 


 

2

「저희 집도 요근처에요」
「......저희도요」
「뭐야, 다들 의외로 가까이 살고 있었네」
「랄까, 가기 귀찮은데-」
「귀찮다고 하지 마, 가깝잖아」
「먼 편이 각오가 생긴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다행히도, 이 대화는 깊은 이야기로 발전하는 일 없이 끝났다. 
(근데, 어쩌지!?)
 호텔에서 묵는 것도 생각했지만, 연말연시는 비싸다. 안이하게 저금한 돈을 쓰는 것도 망설여졌다.  결국, 섣달 그믐날 저녁까지 버티고, 유즈루와 역에서 헤어지는 척을 하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로 다시 돌아갔다.

「미안, 하루. 내가 요리를 할 줄 알았으면 좋을텐데...... 아직, 자신이 없어서」
「? 사나가 나쁜거 아닌데. 매일 컵라면 먹고싶다고 한 것도 나고」
「그치만」

 하루와 연기가 하고싶다. 계속 곁에서.
 소원같은건, 그거 하나 뿐인데.
(왜 이렇게, 이것저것 다 마음대로 되어주질 않는걸까)
 조금도 생각한 대로 흘러가주질 않는다.

「사나. 사-나」
「왜...... 왓, 하루」

「진짜-. 고개 숙이지 마. 나, 사나 얼굴 완-전 좋아해」

 


 

3

  웃으며, 이마와 이마를 맞댔다. 열을 재는 것처럼.
(고개 든다고 해도, 이래선)
 가까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 어떄, 질릴 정도로 컵라면만 먹고 뒹굴뒹굴 하는거. 안돼?」
「몸에 안 좋아」
「그래도,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 나랑 사나밖에 없는 새해니까」

 아아. 이건, 하루가 즐거워 할 때의 목소리.
(하루가 생각하는건 난 절대로 안틀려)
 태어날 때부터 계속 함께고,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어.

「한번 해보고싶었던 거-」

 나같은거 보다 100배, 아니 1000배 귀여워. 
 얼굴은 빼닮았지만 전혀 닮지 않은, 자랑스러운 남동생. 

「어라, 쌍둥이 있었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타쿠미가 마침 계단을 오르고 있던 참이였다. 

「뭐야, 내가 제일 먼저 온줄 알았는데」

「쿠로세상이야 말로. 제일 늦게 오실거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나도 좀 더 놀다가 올 생각으로 있었는데, 올해는 뭐가 잘 안풀려서 말이야아. 미나토가 기숙사 가겠다는 얘기를 꺼내서, 좀 이르게 해산했어」

 


 

4

 

 그렇게 말하고선, 타쿠미는 테이블 위에 커다란 짐을 몇 개 올려놓았다. 

「그거 뭐야」

「세뱃돈? 같은거라고 해야하나? 과자라던가, 술이라던가, 존나 비싼 절임이라던가. 그런거. 다 받은거지만」
「왠지 맛있을거같아-」
「다녀왔습니다-」
「이 목소리는......」
「나치다」
「어서와-」
「오. 보스도 같이있네」
「역 아펭서 두리번 거리는걸 발견해서 주워왔어」
「불길한 예감이라는게 이런건가! 네녀석들, 내 부재를 핑계삼아 맛있는 것을 독점하려고 하다니, 배짱도 좋군!」
「그런 추접스러운 짓 안해요」
「그리고 이거, 우리 엄마가 만든 오세치」
「오, 쩐다. 찬합」
「좋아 나치. 잘했다. 젓가락을 들어라!」
「네가 무슨 영주냐. 랄까, 먹는건 유즈까지 오고 나서」

 갑자기, 낡은 건물에 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아, 진짜. 시끄럽다니까)
 아까까지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계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계속 그 안에 있다간, 분명, 언젠가 질려버리고 말겠지. 

「끝나버렸네, 새해가」